[PD저널=박재철 CBS PD] 다정(多情)은 사람을 움직일 수 있을까? 백수린의 소설을 읽다 보면 ‘다정’은 그럴 힘이 충분해 보인다. 소설 속 우두커니 서 있는 캐릭터를 움직이게 하는 태엽 열쇠는 다정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은 독자는, 해바라기가 그러하듯 다정이 내뿜는 햇살 쪽으로 자신의 마음을 서서히 옮긴다. 백수린은 다정의 에너지를 믿는 작가다. ‘잠 못 들게 하는 병’이나 절제력을 잃은 감정 낭비가 아니다. 그에게 다정은 생기를 잃은 사람들을 살려내는 힘의 원천이다. 첫 장편 의 독후감은 다시금 ‘다정’이다.
[PD저널=박재철 CBS PD]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썰리는’(삭제되는) 글들이 묶여 최근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 우리는 안다. ‘공정’ 만한 정치적 수사가 없다는 사실을. 들을 때마다 청중의 마음속에 ‘공명’보다는 ‘공허’를 깃들게 하는 말, ‘공정’.사용 빈도가 높을수록 “큰 옷 속에 감춰진 우리 사회의 허약한 신체”만이 드러날 뿐이다.신간 의 마중물은 한 대학생의 고소 사건이었다. 지난해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은 임금인상과 처우 개선 요구로 교내 집회를 연다. 이에 대해 수업권 침해 이유를 들어 재학
[PD저널=엄재희 기자] KBS , SBS , KBS , MBC경남 등 아홉 작품이 제286회 이달의 PD상을 받는다.한국PD연합회 이달의 PD상 심사위원회는 지난 18일 출품작 심사를 거쳐 수상작을 선정했다.TV 시사·다큐 부문 수상작은 바닷속 거대 포유류인 고래를 국내 최초 8K 고화질로 수중 촬영한 SBS 창사특집 4부작 다큐멘터리 (연출 이큰별·이은솔·김두리·이지영, 작가 홍정아·곽규련)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총 12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하여 20개 나라
[PD저널=박수선 기자] MBC 이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이하 선방위)로부터 중징계인 ‘관계자 징계’ 제재를 받았다. 선방위는 11일 회의에서 제작진의 의견을 청취한 뒤 ‘관계자 징계’를 다수 의견으로 의결했다. ‘관계자 징계’는 매년 실시하는 방송평가에 벌점 4점이 부여되는 높은 수위의 법정제재다. 선방위는 이날 새로 올라온 12개 지상파·종편 프로그램의 선거방송 심의 규정 위반 여부도 판단했는데, 안건 2개만 법정제재를 전제로 한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관
[PD저널=박수선 기자]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이하 선방위)가 첫 회의에서 법정제재를 전제로 MBC와 MBN에 ‘의견진술’을 결정하면서 선거방송에 엄격한 대응을 예고했다. 선방위는 21일 회의를 열고 MBC (12월 11일 방송분), MBN (12월 11일 방송분)에 대해 법정제재가 필요하다고 보고 ‘의견진술’ 절차를 밟기로 했다. 법정제재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에 반영되는 방송평가에 벌점으로 누적돼 '중징계'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2020년 150여일 동안 법정제재 2건을 의결한 21대 총선
[PD저널=박재철 CBS PD] 겨울과 DMZ. 두 낱말이 얼음마냥 한 덩어리로 붙어있으면 한파에 폭설이 더해진 느낌이다. 정치 군사적 금단구역에, 혹한의 바리케이트까지 둘러쳐진 모습이 연상된다. 그래서일까, 겨울철 DMZ의 스산함은 배가된다. 우리나라 휴전전 지역은 유독 추위가 일찍 찾아오고, 매서움 또한 무섭다. 동서를 가르는 철책선의 길이는 248Km. 아래로 길게 늘어뜨리면 서울에서 대구까지의 거리를 조금 넘는다.정부는 작년 9월부터 DMZ 인근 둘레 524㎞의 길을 재개방했다. ‘DMZ 평화의 길’이다. 인천 강화군에서 강
[PD저널=박재철 CBS PD] 울산 태화강에서 호사비오리가 관찰된 건 2년 전이다. 옆구리 비늘 모양과 붉은 부리, 검은색 댕기가 ‘호사스럽다’ 하여 이름 붙여진 호사비오리는 우리나라 멸종위기 천연기념물이다. 산업 도시 울산에서 포착된 게 처음이라 환경 개선 노력에 큰 진척이 있음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돼, 적잖은 이목을 끌었다. 그 후로 다시 울산을 찾았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아, 조류학자와 주민들의 목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호사비오리가 ‘희소가치’의 새라면, 울산에는 ‘잉여가치’의 새도 있다. 떼까마귀다. 매년 10월
[PD저널=박재철 CBS PD] 소조의 찰흙을 잡아주는 건 뼈대다. 뼈대는 감춰져 있어 안 보인다. 사실 보이면 안 된다. 예술 작품의 주제는 소조의 뼈대를 닮았다. 완성도가 높을수록 더욱 그렇다. 쉽사리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작품 전체를 떠받치고 있는 것. 영화 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동명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소설과 영화 모두, 다수의 수상 이력이 보여주듯 평단으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영화의 표면적 서사는 가짜 신분을 얻어 살아간 ‘한 남자’의 실체를 추적하는 미스터리이다. 그러나 작품은 그 이상의 이야기를 품
[PD저널=박재철 CBS PD] 편지하면 연서가 떠오른다. 연서하면 시인 유치환이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다는 그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서 20년간 5000여 통의 연서를 보냈다고 한다. 어림잡아도 20년간 매일같이 편지를 써야 이 숫자가 가능할 텐데, 사실일까 싶다.탕후루를 감싸는 달콤한 설탕막처럼, 신화라는 당의(糖衣)를 입히길 좋아하는 호사가들의 욕망이 살짝 엿보인다. 그럼에도, 에로스의 꽃봉오리에 뮤즈라는 나비가 앉으면 아름다운 화원을 이룬다는 점만은 새삼 수긍할 수밖에
[PD저널=엄재희 기자] "기술은 협력하고, 콘텐츠에서 경쟁하자(agree on technology, compete on content)"디지털 기술 변화로 전통 매체인 라디오의 입지가 점차 줄어드는 가운데, 24일 '오디오 콘텐츠의 글로벌 현황과 대안 모색' 세미나 자리에 모인 라디오 PD들이 공감을 표한 문장이다. 지난 9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세계 최대 라디오 콘퍼런스 '라디오 데이즈 아시아 2023'(Radio Days Asia 2023)에 다녀온 10명의 PD가 해외 오디오 콘텐츠 경향을 공유한 이번 세미나는 40여 명의
[PD저널=박재철 CBS PD] 이용운(51) 씨는 걷기 애호가다. 일과는 새벽 4시 반, 한 시간 걷기로 시작된다. 제약회사 25년 차 직장인인 그에게 걷기는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는 주요한 루틴이다.대한민국은 요즘 걷기, 특히 맨발 걷기 열풍이 한창이다. 걷기의 치유 효과 때문이다. 인류가 가진 특권과 이점인 직립보행이 최근에서야 공인(?)되다니, 격세지감이다.걷기가 일상인 이들의 특별한 소풍은 역시 제주 올레다. 올레 찬가는 그간 차고 넘쳤다. 첨언은 군더더기일 정도다. 27코스 437km 완주자는 제주 올레 사무국이 주관하는
[PD저널=엄재희 기자] 압록강 하류 중국 단둥시부터 두만강 하류 훈춘 방천 풍경구까지. 북중 접경지역 서쪽 끝과 동쪽 끝을 잇는 1550km의 대장정을 다녀온 PD들이 있다. 한국PD연합회 소속 PD 23명은 지난 13일부터 18일까지 5박 6일간 북중 접경지역을 가로지르는 여행을 다녀왔다. 단둥과 신의주 사이의 압록강 철교(조중우의교)에서 시작해 중국 지린성에 위치한 광개토대왕릉비, 압록강 최상류 장백현을 지나 백두산 천지에 오른 뒤 다시 북쪽 기슭을 따라 내려가 북중러 접경지역인 훈춘 방천풍경구까지 이어진 대장정이었다. 강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