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 =엄재희 기자] 중국 칭다오 영상산업단지에서 개최된 <제22회 한중일 PD포럼>의 첫째 날과 둘째 날은 한중일 각국 대표 작품 시사회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한중일 제작자 단체 등이 다큐멘터리와 드라마, 예능 세 부문에서 각 한 편씩 선정한 총 아홉 편의 작품이 소개됐다. 제작을 맡은 PD가 직접 작품을 설명하고 각 나라의 제작 환경과 창작 경험 등을 공유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번 포럼을 통해 한중일 제작자들이 직면한 고민과 현안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 중국 음식 다큐 대표 IP <혀끝의 중국>, "숏폼 동영상이 새로운 돌파구"
시사회의 첫 막을 올린 작품은 중국을 대표하는 음식 문화 다큐멘터리 <혀끝의 중국>이다. 시즌 4까지 이어진 이 작품은 중국 각 지역의 특색있는 요리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2015년 CCTV에서 첫 방송을 시작해 10년 넘게 시리즈를 이어오며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음식 프로그램이 됐다. <혀끝의 중국>은 사람과 삶의 따뜻함을 주제로 작은 관점에서부터 깊이 있는 인문학적 성찰로 발전하며 중국 내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다큐에서 소개된 음식은 SNS에 공유되며 세간의 주목을 받는다. 시즌4는 중국 훈춘시의 해산물과 버섯류, 채소 등 다채로운 음식 문화를 담았다.
류홍옌 제작 PD는 시사회에서 10년 넘게 이어진 장수 프로그램의 고민을 전했다. 류 PD는 "최근 중국 방송계에서도 음식 프로그램이 많이 늘어나 경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시즌4에서는 혁신을 통해 우리만의 독특한 길을 찾으려 노력했다"며 "이번 시즌에선 시청자가 스마트폰으로 찍은 숏폼 동영상을 많이 반영했는데, 생동감 있고 지역 정서를 담은 영상이 큰 공감을 얻었다. 이는 하나의 돌파구가 됐다"고 설명했다.
◇ 홍콩 영화 음악를 두고 벌어는 경연 <성성부시 다완취>, "추억을 자극하는 음악"
중국 예능 <성성부시 다완취>는 <영웅본색>부터 <패왕별희> <천년유혼> <무간도>까지 전설적인 홍콩 영화 음악을 두고 10개 팀이 경연을 펼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영웅본색 2> OST인 장국영의 <분향미래일자>, 영화 <희극지왕> OST <The way you make me feel>, <지존무상 2> OST인 유덕화의 <일기주과적일자>를 현대적으로 재해색해 시청자들에게 향수를 자극하는 음악을 선사했다. 이후 청중평가단이 투표해 라운드의 곡 순위와 우승 팀을 선정한다. 시즌 4를 맞이한 <성성부시 다완취>는 앞서 중국, 대만 등 지역과 시대별 경연 시즌을 통해 특색있는 중화 음악을 정리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류지에 제작 PD는 "고전과 혁신을 결합해 중화 음악의 깊이를 보여주려 했고, 음악을 통해 서로 다른 시대와 지역의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자 했다"며 "특히, 젊은 세대가 홍콩과 중국의 고전 음악을 사랑하게 만들기 위해 젊은 가수들을 섭외하고 젊은 콘셉트로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 인간군상을 담은 중국 시대극 <남래북왕>, "섬세한 인물 표현이 흥행 비결"
중국 드라마 <남래북왕>은 1970년대 중국의 남과 북을 오가는 증기기관차를 배경으로 철도 경찰인 두 주인공이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사제지간인 두 주인공은 처음엔 서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지만, 점점 가까워지며 소매치기와 인신매매, 절도, 사기, 폭행 사건 등을 해결하며 우정을 가꿔나간다. 작품은 인물들을 통해 시대의 변화를 조명하고 인간의 선량함과 강인함, 따뜻함을 보여주며 중국 대표 시대극으로 자리잡았다. OTT <아이치이>를 통해 아시아와 북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에 진출했다.
장젠멍 PD는 <남북래왕>의 흥행 비결에 대해 "큰 시대 배경 속에 작은 인물을 섬세하게 그려냈기 때문"이라며 "여기에 관객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미스테리한 사건을 추가하면서 높은 시청률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일본표 여성 연대기 <셧업>, "일본 여성 제작자들 꾸준히 늘고 있어"
일본 드라마 <셧업>은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생활비를 버는 평범한 여대생들이 한 동료가 예기치 못한 임신과 무책인한 남성을 복수하는 과정을 그린 스릴러 드라마다. 여성 주인공들이 서로 돕고 뭉쳐 위기를 헤쳐나가고 결국 성폭력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게 된다. 이 드라마는 '2024년 아시아 콘텐츠상 및 글로벌 OTT 어워드'에서 최우수 아시아 콘텐츠상 후보에 올랐고, 주연 배우 히무라 사와가는 최우수 신인상을 수상했다.
일본 여성 감독이 여성의 시각으로 성폭력 문제를 다룬 드라마에 일본 내 여성 PD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츠치모치 유키 PD는 '일본에서 여성 제작자의 환경은 어떠한가'라는 질문에 "최근 일본 내에 여성 제작자들이 많아지고 있고, 여성의 시각에서 작품을 연출하는 방식을 예전보다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 답했다.
◇ 실시간 리얼리티 예능 <최후의 시크릿 게임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도전"
일본 예능 <최후의 시크릿 게임쇼>는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에게 갑작이 특이한 미션을 주며 행동을 관찰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관찰자들이 여러 대의 CCTV를 통해 실시간으로 현장을 보며 도전자에게 미션을 주고 반응을 보는 버라이어티쇼다. 도전자가 미션에 성공하면 거액의 상금을 받는다.
요시무라 뎃페이 제작 PD는 "일본은 현재 콘텐츠 산업을 국가 기간 산업으로 정하고 수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이번 작품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 일본 다큐 <과거부터 미래까지>, "백 년 넘은 노포가 가장 많은 일본"
현재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를 기반한 다양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다큐멘터리 <과거부터 미래까지>는 일본 각지에서 100년 넘게 계승되고 있는 전통과 생활 방식을 담았다. 특히, 어떻게 100년을 지속해 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보호하고 계승할 것인지를 심도 있게 고찰했다.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생활 방식으로 나아가는 다양한 시사점을 던졌다.
야마다 치소 텔레콤스태프 대표이사 겸 PD는 "일본은 세계에서 백 년 넘은 노포가 가장 많은 국가"라며 "왜 일본이 이렇게 많은 오래된 가게를 가지고 있는지, 그 원인을 파헤치고자 이 작품을 시작했다"며 제작 경위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