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 =빈정현 EBS PD] 2001년 처음 닻을 올린 한중일PD포럼이 올해 중국 칭다오에서 22회를 맞이했습니다. 17년차 PD지만 제작 일정 등으로 참가하지 못하다 운 좋게 올해 처음으로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2월 25일부터 27일까지 ‘젊은 세대와 전통문화: 상호작용을 통한 계승과 발전’이라는 주제로 한국, 중국, 일본의 총 9개 작품이 상영되고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주제가 다소 고루해보이기도 하지만 급변하는 사회경제적 환경 속 세대 차이와 전통문화의 소실은 동아시아 3국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현안입니다.
중국 콘텐츠에서는 광대한 스케일의 힘과 한창 도약하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음악 경연 프로그램 <성성부시 다완취> 홍콩편은 80년대부터 2000년대를 풍미한 홍콩영화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을 테마로 겨룬 에피소드였습니다. 향수어린 음악 자체가 주는 반가움과 함께 풍부한 자료화면과 다큐적 취재를 더해, 음악을 통해 서로 다른 시대와 지역의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자 한 제작진의 의도가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음식 문화 다큐멘터리 <혀끝의 중국>은 중국 곳곳의 특색 있는 식문화와 음식을 소개해 온 장수 프로그램으로, 극대화된 영상미와 빠른 편집 호흡으로 시청자의 흥미를 붙잡았습니다. 시즌4에서는 시청자가 스마트폰으로 직접 촬영한 숏폼 영상을 활용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더했는데, 장수 프로그램으로서의 고민이 느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일본 콘텐츠는 대체로 익숙했습니다. 그 중 흥미로웠던 건 범죄 미스터리 드라마 <셧업>이었는데요. 격차 사회, SNS 문화, 젠더 문제 등 현재 일본 청년세대가 겪는 사회적 환경이 배경으로, 한국 사회와 유사한 지점들이 있어 특히 관심이 갔습니다.
일본 제작자들이 피칭을 따로 준비해온 것도 인상적이었는데, 버라이어티쇼 <끝장 시크릿 게임쇼> 제작자는 포맷 판매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공동제작 파트너를 모색했습니다. 경쟁적인 방송 환경 속 활로를 찾아야 하는 건 전 세계 방송제작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던져진 과제임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한국 작품으로는 MBC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SBS 다큐멘터리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KBS AI 음악 추리쇼 <싱크로유>가 소개됐습니다. 세 작품 다 높은 완성도와 실험성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K콘텐츠의 발전과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였습니다.
폐막식이 있었던 마지막 날은 칭다오 영상기지를 견학했습니다. 40여개의 스튜디오, 그 규모가 부러웠고 특수 촬영, 수중 촬영 등의 시스템도 갖추고 있었습니다. 영상산업 발전의 중심지로 부상하고자 하는 의지가 비치는 곳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미디어 소비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각국의 OTT 플랫폼에 관한 정보와 전략에 대한 부분이 더해졌더라면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습니다만, 한중일PD포럼은 무엇보다 3국의 콘텐츠 제작 환경과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또 한국에서 참가한 많은 PD분들을 만나고 소통할 수 있었던 것도 의미 있었습니다. 한중일PD포럼을 통해 3국의 방송 제작자들이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