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 =박수선 기자] 중국 칭다오시 영상산업단지 둥팡잉두에서 열린 22회 한중일 PD포럼은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지난 25일 열린 이번 한중일 PD포럼에서는 MBC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KBS <싱크로유>, SBS 다큐멘터리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가 한국 대표 작품으로 뽑혀 중·일 관계자들과 공동 관람 이후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개막날인 25일 시사를 진행한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중국과 일본 측 관계자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헝친쑨 동팡잉두 대표는 이날 환영 만찬에서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를 연출한 송연화 PD를 연거푸 찾아와 호평을 전했다. 일본 드라마 제작자 관계자들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면서 송 PD에게 협업을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해 방송된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한국 최고의 프로파일러가 살인 사건에 휘말린 딸의 진실을 추적하는 부녀 스릴러다. 긴장감 넘치는 극본, 섬세한 연출에 국민 배우 한석규와 신예 채원빈의 호연으로 명품 스릴러가 탄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일 관계자들의 관심에 송연화 PD는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라며 “해외에선 한국 로맨스 장르가 익숙한데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스럴러를 표방해서 새롭게 봐준 것 같다"고 말했다.
1회 하이라이트 상영 이후 일본과 중국 참가자들은 섬세한 연출 기법과 제작 과정에 궁금증을 쏟아냈다.
“한국 드라마 팬”이라는 일본 측 한 참가자는 ”한국 드라마는 시선으로 감정을 잘 표현한다. 배우가 잘 표현하는 것인지 감독이 디렉션을 잘 주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송연화 PD는 “작품에서 시선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이 중요했다”며 “기본적으로 리허설을 하면서 배우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현장에서 배우들이 서로 호흡을 주고받으면서 만들어지는 장면도 꽤 많다”고 설명했다.
중국 배우라고 밝힌 중국 측 참가자는 “중국에서 배우는 촬영이 한 컷에 끝나기를 원한다. 정확하게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배우에게 어떻게 디렉팅을 주는지 알고 싶다”고 물었다.
송연화 PD는 “국적보다는 감독마다 스타일이 다른 것 같다”며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는 이 신에서 어느 정도의 감정을 가져야하는지 공유하는 정도다. 한 테이크로 촬영이 가능하다는 게 놀라운데, 충분히 리허설을 하고 배우의 의사를 확인한 뒤 촬영에 들어간다”고 답했다.
송 PD는 10부작으로 미니시리즈 편수가 줄어든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유튜브 등 플랫폼의 영향으로 시청자들이 긴 호흡의 이야기에 흥미를 덜 보이는 경향이 있다.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의 변화가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시즌1을 마무리한 <싱크로유>는 99%의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AI 가수 속에서 진짜 가수의 특별한 1%를 찾는 음악 추리쇼다. 권재오 KBS PD가 가수 임재범이 뉴진스의 ‘하입보이’를 부르는 AI 커버 영상을 보고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콘텐츠 제작에 AI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중국과 일본 관계자들도 법적 권리 문제, 기술 적용 등에 관심을 보였다.
AI 기술 발전에 속도를 내고 있는 중국의 한 제작자는 AI 음악의 경우 판권 거래 등에 어려움이 있다며 노하우를 물었다. 권 PD는 “가수들의 목소리 사용 동의를 얻는 체계적인 방법이 있다기보다 삼고초려하는 수밖에 없다”고 경험담을 공유했다.
권 PD는 “섭외를 위해 접촉한 가수 중에 개인적인 신념이나 AI에 대한 불편함 때문에 거절하는 경우가 꽤 있다”며 “AI가 일상생활 속에 더 깊숙이 들어와 스며들어야지 (거부감이 있는) 가수들도 받아들일 수 있을 거 같다. 향후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SBS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는 33년 만에 폐관한 대학로의 상징 ‘학전’과 스스로를 뒷것이라고 낮추면서 대중 앞에 서지 않았던 김민기 학전 대표를 처음으로 조명한 다큐멘터리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전엔 김민기 대표를 잘 알지 못했다는 고 PD는 '“아침이슬' 작곡자 정도로만 알고 있다가 유명한 연극계와 대중문화계 거물들이 학전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시작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2022년 다큐멘터리 제작 이야기가 오가다가 이듬해 학전이 폐관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제작을 서두르게 됐다.
고 PD는 다큐 제작 계기를 묻는 질문을 받고 “이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일종의 책임감이 있었다”며 “김민기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몇 안 되는 어른을 만났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김민기 대표를 모르는 젊은 세대에게도 울림을 줄수 있는 메시지가 있다고 봤다”고 했다.
아울러 고혜린 PD는 “2023년 한국에서 개최한 21회 한중일 PD포럼에 참석하면서 중국·일본 연출자 등 많은 참가자들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교류의 시간을 가지면서 다큐멘터리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며 “이 자리(한중일 PD포럼)을 마련해 주신 분들이 이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데 큰 영향을 준 셈인데, 참가자들 모두 많은 영감을 얻어서 다음에 더 좋은 작품으로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